과연 그게 가능한가?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다이어트 제품을 광고할 때나 쓰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수영을 하고 있는 요즘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서 살 뺸다'는 말이 성립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체중계에 올라가보진 않았지만 눈바디로 확인을 했을 때는 확실히 살이 많이 빠지고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나는 살이 찌면 몸에 전체적으로 지방이 끼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복부, 팔뚝, 허벅지에 많이 찌는 타입이다. 웃긴 건 작년에 살이 많이 쪘을 때는 몸이 부은 것이라며 살이 찐 사실을 부정하기만 헀는데 수영을 처음 하는 날 수영복을 입어보고 인정을 하게 되었다.
'나 살 많이 쪘구나...' 인정을 하고 그 날부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샐러드를 사서 저녁 한 끼는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물론 다이어트를 자주 해 본 사람으로서 1일 1샐러드 먹기를 오랫동안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식단을 하지 않으면서도 운동만으로 몸무게를 유지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영을 한 지 한 달째가 되는 날부터 먹고 싶은 것을 다 먹되 과식하지 않고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만 먹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샐러드가 먹고 싶을 때는 아삭하고 싱그러운 샐러드를 음미하면서 먹었다. 예전에는 배가 불러도 맛있어서 와구와구 더 먹었는데 이제는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기가 싫고 달달한 후식도 생각나지 않는다.
정말 말 그대로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었다. 술, 떡볶이, 샌드위치, 빵, 과자, 초콜릿, 케이크, 아이스크림... 단, 양 조절은 하면서 먹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아침에 단백질 쉐이크를 먼저 먹고 먹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처음에 채소와 같은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먹어주고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먹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몸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과자나 케이크와 같은 가공식품은 양을 정해서 먹었다. 예를 들면, 새우깡이나 아이스크림을 밥 공기에 덜어서 먹었다. 식욕이 없거나 살이 안 찌는 분들이 보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살이 잘 찌는 체질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배가 불러도 눈에 보이는 음식이 없어질 때까지 먹어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증이었던 것 같다.
배가 부른 느낌이 싫은 데도 불구하고 계속 음식물을 입으로 가져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음식을 남길 수 없다며 혼자 생각하고는 한 번 뜯은 과자나 빵을 다 해치워야만 이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음식을 다 먹으면 후회를 하고는 토를 할까 고민을 하다 그냥 내일부터는 건강하게 먹자 결심을 하고 잠이 들곤 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다음 날이면 식욕 조절을 하는 것이 더욱 어렵고 다시 그런 음식만 찾게 된다. 식욕을 이기지 못한 나는 또 과자를 먹어대다 후회를 하고 살이 찐 내 모습을 보면 기분이 나빠져 나를 위로한다고 다시 과자를 먹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런 증상이 없어지기 시작한 건 내 불안이 사라졌을 때인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살이 많이 찐 시기를 생각해보면 내가 불안하고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였다. 입시 실패로 인한 재수 생활,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기간, 연고지도 없는 첫 직장에서 자취를 하던 시간이 그러한 때였다. 많이 외로웠고 불안했다. 불안할 때면 방 안에 먹을 것이 있어야 마음이 편했고 무언가를 씹고 있어야 위로가 되었다. 심지어 많이 먹어도 배부름을 잘 못 느껴서 계속 미친듯이 과자나 견과류를 씹어댔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살이 쪄도 내가 살이 찐 줄 몰랐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백수가 된 지금 오히려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아마 퇴사 이후 글을 쓰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리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다시 화목해진 가족 분위기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했던 건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 하기 위해서 남에게 쏟았던 관심을 나 스스로에게 쏟으니 내 몸도 사랑을 느끼고 생기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힘들 때마다 이 글을 읽고싶다. 운동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수영만큼은 내 인생 취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생 가져가고 싶은 운동이다. 지금처럼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꾸준히 수영하면 얼마든지 몸매를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수영하는 즐거움을 알게해준 엄마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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